
어릴 때는 하루의 시간이 정말 길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들어오면 저녁이었고, 주말은 끝이 없을 만큼 길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월요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금세 금요일이 되고, 달력을 보다 보면 벌써 한 달이 지나 있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벌써 7월이야?”, “벌써 올해도 절반이 지났네.”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게 된다. 예전에는 이런 말을 하는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내가 그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신기하기도 하다.
최근에도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다가 자연스럽게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다들 하나같이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라는 말을 했다. 누군가는 일이 바빠서 그렇다고 했고, 누군가는 반복되는 일상이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정말 여러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되는 일상이 시간을 빠르게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출근하거나 학교를 가고, 점심을 먹고, 퇴근해서 휴대폰을 보다 잠드는 생활.
이런 하루가 계속 반복되면 뇌는 새로운 기억을 많이 저장하지 않는다고 한다. 특별한 일이 없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비슷하게 느껴지고, 나중에 돌아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반대로 여행을 다녀온 날이나 새로운 취미를 시작한 날은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새로운 풍경을 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기억에 오래 남는 날들은 대부분 평범하지 않은 하루였다.
스마트폰이 하루를 짧게 만든다
잠깐만 휴대폰을 보려고 했는데 어느새 30분, 심하면 1시간이 훌쩍 지나 있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쇼츠 하나를 보고, 다음 영상을 보고, 또 다른 영상을 보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에는 재미있지만 막상 휴대폰을 내려놓으면 “내가 방금 뭘 봤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예전보다 시간이 빨라진 것이 아니라, 내가 시간을 인식하지 못하는 순간이 많아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경험이 줄어든다
학생 때는 매 학기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새로운 수업을 듣고 시험을 보고 방학을 기다렸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매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고 비슷한 업무를 하고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안정적인 생활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새로운 자극이 줄어들면서 하루가 더 빨리 지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작은 변화라도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평소 가던 길 대신 다른 길로 걸어가 보거나, 새로운 카페를 찾아가거나, 읽지 않던 분야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하루의 느낌이 달라진다.
작은 변화가 하루를 다르게 만든다
얼마 전에는 일부러 집에서 조금 먼 카페를 걸어서 가봤다.
사실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
그냥 날씨가 좋아서 걸어보고 싶었다.
가는 길에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작은 공원도 발견했고, 오래된 빵집도 발견했다. 별것 아닌 일이었지만 집에 돌아와 생각해 보니 그날은 평소보다 훨씬 길게 기억에 남았다.
그날 이후로 꼭 멀리 여행을 가지 않아도 새로운 경험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를 기록하는 습관
요즘은 잠들기 전에 짧게라도 하루를 메모하려고 한다.
거창한 일기를 쓰는 것은 아니다.
“오늘 점심이 맛있었다.”
“오랜만에 친구와 통화했다.”
“퇴근길 노을이 예뻤다.”
이 정도만 적어도 나중에 다시 보면 그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그렇게 하나씩 기록이 쌓이면 시간은 빨리 지나가더라도 기억은 오래 남는 것 같다.
너무 바쁘게만 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가끔은 하루가 부족하다고 느끼면서도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해야 할 일만 처리하다 보면 하루는 금방 끝난다.
반대로 커피 한 잔을 천천히 마시거나 음악을 들으며 산책하는 시간은 짧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요즘은 효율도 중요하지만, 여유도 그만큼 중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시간이 빠르다는 건 열심히 살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시간이 빨리 흐른다고 해서 무조건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만큼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왔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 기억 없이 시간이 흘러가는 것은 조금 아쉬울 수 있다.
그래서 작은 추억 하나라도 더 만들고, 새로운 경험 하나라도 더 해보려고 한다.
거창한 목표가 아니어도 괜찮다.
새로운 음식 하나를 먹어보는 것, 평소와 다른 길을 걸어보는 것, 보고 싶었던 사람에게 먼저 연락해 보는 것.
이런 사소한 변화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시간이 빨리 갔지만 정말 알차게 보냈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마무리
예전에는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길 바랐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빠른 만큼 하루를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를 돌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라도 있다면, 그 하루는 충분히 좋은 하루였던 것 아닐까.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흐르지만, 어떻게 기억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새로운 하루를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그렇게 쌓인 하루들이 결국 오래 기억되는 인생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는다.